제목 | [ 기타자료 ] 동맹 없이도 생존 가능한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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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관리자 | 등록일 | 2016-08-16 | 조회수 | 4525 |
★동맹 없이도 생존 가능한가? - [이춘근 전략이야기] 사드 배치에 격렬 반대하는 일부 정치인과 국민들에게 “미국이 없어진다면 중국은 한국을 나라로 취급하지도 않을 것”, “미국만 없으면 너희들을 손 볼 것” 사드(THAAD)는 미국의 최신 과학기술이 접합된 방어용 무기체계다. 북한 미사일 기술이 점차 고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한미군 사령관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에 그 배치를 요청했던 무기 체계다. 미국이 한국에 사드 미사일을 배치할 의사를 보이자 중국이 격하게 반발했다. 진정한 공격 무기인 항공모함을 배치할 경우에도 특별히 반발하지 않았던 중국이 순수한 방어무기 배치 계획에 저토록 격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사실은 군사적, 과학적인 데 근거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한국에 배치할 사드 미사일의 레이더는 만주를 쳐다볼 수 있기에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으며, 그래서 자신의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만주 상공을 날아가지 않는다. 중국의 서부지역에 배치된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시베리아, 북극,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날아가게 되어 있지 만주로 날아가게 되어 있지 않다. 평면 지도가 아니라 지구본을 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사드 미사일이 중국의 대륙간 탄도탄을 요격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자신의 탄도미사일은 사드 미사일이 도달할 수 있는 높이보다 수 백 ㎞ 이상 높이 날아간다. 중국은 사드 미사일의 X-밴드 레이더가 만주를 보게 되었다고 분노하고, 야당의 고위인사를 자문해 준다는 외교관 출신 인사가 사드 미사일의 레이더가 백두산 뒤에 있는 중국의 동풍 21 대(對)항공모함용 미사일을 본다고 말을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기초적인 군사 상식에도 미치지 못하는 언급일 뿐이다. 미국은 이미 다른 종류의 수단들을 통해 중국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나라다. 중국을 ‘탐지’하기 위해 한국에 사드 미사일을 배치할 정도로 엉성한 나라로 미국을 보면 곤란하다. 미국은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사드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국을 도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터뜨리고 미사일을 시도 때도 없이 발사하는데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중국이 사드 미사일 배치를 결정한 한국에 대해서는 펄펄 뛰고 있다. 하긴 방어용 미사일 배치에 반대한다고 삭발한 한국 공무원들도 있다니 중국의 반발을 뭐라 말하기도 그렇다.
한국 정치인들과 상당수 국민이 사드 미사일 배치에 반대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들의 사드 배치 반대는 중국을 화나게 해서 우리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이들의 국가안보관의 철없음에 탄식하지 않을 수 없다. ‘남의 비위를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국가안보의 요체라면 왜 우리는 이지스 함을 보유하고 있고 F-35 같은 첨단 전투기를 사오려 하는가? 우리가 일본의 비위를 건드려서 일본이 한국을 침략했는가? 우리가 중국의 비위를 건드려서 중국은 우리나라를 침략했고 우리를 아랫것으로 깔보고 있었는가? 우리가 힘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수없이 많은 침략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준비하는 게 틀린 일인가? 우리 스스로를 방어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우리 이웃 나라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니 하면 안 될 일이란 말인가?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국의 대표적인 반역자라고 지탄받는 이완용도 ‘일본에 깔려 사는 것’이 ‘전쟁보다는 나은 일’ 아니었냐며 항변할지 모르겠다. 한국의 식자들 중에도 미국은 ‘언제라도’ ‘어떤 경우라도’ 한국을 도와줄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미국은 우리의 처지를 이해해 줄 것이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중국말을 더 잘 듣는 것이 낫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황당한 논리들이 아닐 수 없다.
소련과 심각한 냉전을 벌이는 동안, 미국 국민들 중 ‘다수’가 한국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냉전시대 동안 미국은 어떤 측면에서는 자신보다도 더 막강한 소련과 혈전을 벌이고 있었고, 세계 방방곡곡 어떤 지역이나 국가 하나라도 소련 진영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방치하면 안 될 절박한 처지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같은 냉전시대에도 적지 않은 숫자의 미국인들은 한국이 없더라도 미국에 사활적으로 중요한 일본을 지킬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국 사람들은 일본이 공산권의 수중에 들어가면 아시아에서 미국이 설 자리는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적어도 냉전시대 동안 ‘주일미군’ 철수 운운 이야기는 결코 야기되지 않았다. 미국은 일본을 미국에 ‘사활적인 이익’ 이 걸린 국가라고 생각했다. 미국이 사활적인 이익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 또 다른 나라는 독일이었다. 독일이 공산권의 수중으로 떨어져 나갈 경우 미국은 유럽에서 쫓겨 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주한미군을 철수시켜도 된다는 미국 사람들은 주한미군이 없어도 일본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었다. 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안 되고, 한미동맹을 대단히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던 미국 사람들은 주한미군 없이 일본을 방위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은 우리나라 땅에 60년 이상 주둔하고 있지만 미국이 생각하는 한미동맹의 가치와 주한미군의 효용성이 지금도 냉전시대와 같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작금 미국 시민들과 정치가들, 학자 및 언론인들은 주일미군, 주독 미군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오랫동안 세계 제1의 초강대국으로 군림할 것이 확실해진 미국이 냉전시대처럼 세계 문제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 문제에 패권을 유지할 자신이 생긴, 최소 200년을 쓸 수 있는 석유를 확보한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조차 지켜줄 필요가 있는지 회의(懷疑)하고 있다. 7월 22일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 후보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 시대 미국의 신조(credo)는 세계주의(globalism)가 아니라 미국주의(Americanism)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자신의 패권적 지위가 오래 갈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하는 미국인들 사이에 급격히 번져 나오고 있는 신고립주의가 우리에게 미칠 심각성을 모르면 안 된다. 한국 국민들 중 비록 소수이기는 하지만 한미동맹의 종료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줄 안다. 이들 대부분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접수하고 통일을 이룩하기를 원하는 종북 세력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 중 압도적인 다수는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의 존재야말로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필수적인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국 국민들 중 상당수가 한미동맹은 아무런 문제없이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고 우리는 미국이 지켜주기 때문에 별 걱정할 것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는 배경에는 “한국은 미국에게 대단히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은 결코 한국에서 떠날 이유가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미국은 1949년 한국에서 떠날 때,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면밀히 계산했다. 당시 미국이 군사력을 제공해서 도와줘야 할 나라 16개국 중 한국의 순위는 13등 정도였다. 지금 미국 내에는 독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조차 지켜줄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는 항상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잘 인식하지 못한다. 물과 공기는 다이아몬드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혹시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금 중국을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하고 미국은 없어질 가능성이 없는 물이나 공기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한미동맹의 소멸 혹은 종료를 ‘가능하지도 않은 상상’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미동맹은 언제라도 아주 쉽게 종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미동맹의 법적 근거인 한미상호방위 조약 제6조는 “본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지(終止)시킬 수 있다” 라고 되어 있다. 영어를 보면 뜻이 더 분명해진다. This Treaty shall remain in force indefinitely. Either Party may terminate it one year after notice has been given to the other Party. ‘shall’ 이라는 조동사를 사용함으로써 한미동맹은 영원히 남아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일임을 함축하고 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기가 막히다. 아무런 연결 문장도 없이 단도직입적으로 일방이 통고할 경우 1년 후 한미동맹을 종료 ‘시킬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이 문장의 의미를 잘 아는 이승만 대통령과 당시 대한민국 의회는 이 문장을 고쳐달라고 주장, 비준을 하지 않은 채 1년 이상 버텼다. 미국은 이를 고쳐주려 하지 않았다. 1954년 11월 18일 한국 국회는 결국 동맹조약을 비준했다. 1953년 10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조인된 동맹조약이 1954년 11월 18일부터 비로소 효력을 발휘하게 된 소이가 여기 있다. 미국이 이 문장의 수정을 거부한 이유는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적도 만들지 말라”는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고별사에 분명히 지적했던 충고를 잘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그토록 처절하게 싸웠던 일본과 사상 최강의 동맹을 형성했고, 2차 세계대전 당시 항일전쟁의 동맹국이었던 중국과는 지금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사드 미사일 배치 역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한 일이다. 제4조는 “상호적 합의에 의하여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이를 허여(許與)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강대국과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의 동맹은 본질적으로 ‘기지(基地)’ 조약이다. 약한 나라는 기지를 제공하고 강한 나라는 동맹국의 영토에 자국군의 기지를 설치함으로써 약한 편은 안보를 확보하고, 강한 편은 세계 전략상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상호방위조약 제4조에 의거, 사드 미사일 배치 권리를 미국에게 허여하고 미국은 이를 수락한 것이다. 그러나 만약 한국 국민과 정부가 사드 미사일 배치를 거부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국은 천사처럼 “한국이 사드 배치에 그렇게 힘들어 할 줄 몰랐다. 미안하다. 없던 일로 하자. 우리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점점 더 심각해질지라도, 지금 있는 패트리어트 미사일만 가지고 대한민국을 지켜주겠다”고 말할까? 혹은 미국이 “아! 사드 배치는 한국에 그런 문제가 있었구나. 그렇다면 이렇게 합시다. 한국을 방위해 주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아야 하는데, 사드 배치는 불가능하다니 우리가 괌(Guam) 혹은 오키나와로 나가서 한국을 지켜 주면 어떨까요?” 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상의 주한미군 철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 사드 배치를 거부한다면 이는 한미동맹의 기저 그 자체를 흔드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되는 것이다. 위의 주제를 설명하기 위해 그럴 듯한 학문과 이론이 필요 없다. 수년전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학생들에게 ‘미국의 외교정책’을 강의하면서 학기말 무렵 “만약 오늘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구에서 없어져 버린다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어떤 일이 일어날까?” 라는 질문을 했었다. 학생들의 대답은 놀라울 정도로 절절하고 정확했다. “북한이 치고 내려 올 거예요” “일본이 독도를 내노라 하면서 군함을 끌고 올지도 몰라요” “대만은 당장 중국에게 항복할 거예요. 아니면 중국이 무력통일 전쟁을 감행하겠지요” 등등. 최근 상황의 진전을 보면, 학생들은 “필리핀, 베트남 등은 남지나해에서 중국에 의해 완전히 퇴출될 거예요” 라는 대답이 추가되었을 것이다. 잘 알려진 친중 성향의 정치학자가 한 강연회에서 ‘교수님은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동맹국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겁니까?’ 라는 질문에 대해 답했던 말이다. “미국이 없어진다면 중국은 한국을 나라로 취급하지도 않을 겁니다.” 중국이 여러 차례 우리나라 외교관들에게 거침없이 하는 말이 바로 이것이다. “미국만 없으면 너희들을 손 볼 것이다.” 한미동맹이 종료되는 날 한국은 중국, 일본, 심지어 북한으로부터도 무한한 능멸과 비하와 협박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때 우리의 전략 옵션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다. 1. 한미동맹 없이도 중국, 일본이 우리를 건드릴 수 없을 만큼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보유하는 것.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정치가, 언론인, 지식인 그리고 국민들에게 묻고 싶다. 미국이 영원히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미국이 없어도 우리나라가 중국(혹은 일본, 북한) 앞에 당당한 국가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그렇지 않을 경우, 옵션 1과 2중 어떤 것을 국가전략 대안으로 택할 것이냐고?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필라델피아에서 이 글을 쓴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webmaster@futurekorea.co.kr |